[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7 - 신형근(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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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14-06-22 19:54본문
영리법인약국 도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원격진료 허용과 더불어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다. 해당 대책이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비판받아 왔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에 헌법불합치 해소와 약국 경영활성화를 위해 법인약국 허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도대체 법인약국 허용과 투자활성화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가. 이 물음에 답을 하고자 한다.
현재 약국은 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게 약사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2002년 직업선택과 결사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이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다만 약국의 특성을 고려해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하라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헌법불합치 상황을 해소하고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법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법인 약국 허용이 이뤄지면 약국 경영활성화와 심야·휴일 영업활성화, 처방약 구비 등 약제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 자료에는 법인약국이 도입될 경우 어떤 과정을 거쳐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지는지 나와 있지 않다.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제도가 도입되면 저절로 서비스의 질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병원의 영리법인 도입 논리와 동일해진다. 법인이 허용되면 자본이 투자되고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약국도 대형화·현대화할 것이고, 그러면 약국에 약사를 포함한 근무자가 많아질 것이므로 심야·휴일 근무를 포함한 서비스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자본의 투자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기획재정부의 논리다. 정부는 자료에서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 도입을 이야기하는데, 이 형태는 투자자를 모으기 쉽고 주식회사로 전환도 가능한 대표적인 영리법인을 의미한다.
정부는 아울러 기존 동네약국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을 비판하면서 법인이 되면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이 가능해지고 약국설비 등에 다액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현대화되고, 약사 1일3교대가 가능해져 심야·휴일에 영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또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적이 없다. 기존 동네약국이 주먹구구식 운영을 한다는 근거도 없다. 영리를 기반으로 하는 법인이 수익이 가장 저조한 시간대나 휴일에 상당한 임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약국을 운영할 것이라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살펴봐도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심야와 휴일의 근무는 지자체의 도움처럼 공공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공공적으로 해결했지, 시장에 맡기거나 자본의 투자로 해결된 사례는 별로 없다. 결국 여러 가지 기대효과를 내세워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약국도 투자의 영역으로 생각해서 자본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뿐이다.
사실 정부의 영리법인 약국 허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보건의료의 공공성은 인정하지 않고 자본투자에만 혈안이 된 정책으로 호되게 비판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박근혜 정부가 버전만 달리해서 내놓은 것이 이번 법인약국 허용 관련 이야기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영리법인 약국 허용이 약국서비스 수준 향상과 무관하고 오히려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규제완화로 약국개설이 자유로워진 유럽에서 세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역약국(우리나라로 치면 동네약국)이 사라지고 대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몇몇 나라의 경우 약국 도매상과 약국이 통폐합되는 과정이 급격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몇 개의 체인이 약국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약국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호전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간 불균형이 있긴 하지만 해외와 비교할 때 약국접근성이 매우 좋은 나라다. 오히려 영리법인 약국 도입이 동네약국의 도산을 부추겨서 약국접근성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도매상과 약국 간 통합으로 독과점이 발생했다. 독과점이 되다 보니 당국에서 기대했던 의약품 가격하락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 일반의약품과 의약품이 아닌 상품(예를 들면 건강식품이나 의약외품)에 대한 판매 압박이 심해졌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영리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 탓에 불필요한 의약품이나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서비스 향상보다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식품 강매를 통해 전체 약품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종합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은 자본투자가 용이한 영리법인이다. 약국서비스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헌법불합치 해소라는 명분 뒤에서 법인약국을 추진하려는 주된 목적은 병원에 자법인을 도입하려는 이유와 동일하다. 약국을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장소로 보지 않고 자본의 투자처로 보고, 자본의 자유로운 진출입을 방해하는 규제를 철폐하려는 것이다. 투자활성화 대책에 법인약국 허용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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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허용과 더불어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다. 해당 대책이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비판받아 왔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에 헌법불합치 해소와 약국 경영활성화를 위해 법인약국 허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도대체 법인약국 허용과 투자활성화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가. 이 물음에 답을 하고자 한다.
현재 약국은 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게 약사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2002년 직업선택과 결사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이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다만 약국의 특성을 고려해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하라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헌법불합치 상황을 해소하고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법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법인 약국 허용이 이뤄지면 약국 경영활성화와 심야·휴일 영업활성화, 처방약 구비 등 약제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 자료에는 법인약국이 도입될 경우 어떤 과정을 거쳐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지는지 나와 있지 않다.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제도가 도입되면 저절로 서비스의 질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병원의 영리법인 도입 논리와 동일해진다. 법인이 허용되면 자본이 투자되고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약국도 대형화·현대화할 것이고, 그러면 약국에 약사를 포함한 근무자가 많아질 것이므로 심야·휴일 근무를 포함한 서비스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자본의 투자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기획재정부의 논리다. 정부는 자료에서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 도입을 이야기하는데, 이 형태는 투자자를 모으기 쉽고 주식회사로 전환도 가능한 대표적인 영리법인을 의미한다.
정부는 아울러 기존 동네약국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을 비판하면서 법인이 되면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이 가능해지고 약국설비 등에 다액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현대화되고, 약사 1일3교대가 가능해져 심야·휴일에 영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또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적이 없다. 기존 동네약국이 주먹구구식 운영을 한다는 근거도 없다. 영리를 기반으로 하는 법인이 수익이 가장 저조한 시간대나 휴일에 상당한 임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약국을 운영할 것이라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살펴봐도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심야와 휴일의 근무는 지자체의 도움처럼 공공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공공적으로 해결했지, 시장에 맡기거나 자본의 투자로 해결된 사례는 별로 없다. 결국 여러 가지 기대효과를 내세워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약국도 투자의 영역으로 생각해서 자본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뿐이다.
사실 정부의 영리법인 약국 허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보건의료의 공공성은 인정하지 않고 자본투자에만 혈안이 된 정책으로 호되게 비판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박근혜 정부가 버전만 달리해서 내놓은 것이 이번 법인약국 허용 관련 이야기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영리법인 약국 허용이 약국서비스 수준 향상과 무관하고 오히려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규제완화로 약국개설이 자유로워진 유럽에서 세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역약국(우리나라로 치면 동네약국)이 사라지고 대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몇몇 나라의 경우 약국 도매상과 약국이 통폐합되는 과정이 급격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몇 개의 체인이 약국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약국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호전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간 불균형이 있긴 하지만 해외와 비교할 때 약국접근성이 매우 좋은 나라다. 오히려 영리법인 약국 도입이 동네약국의 도산을 부추겨서 약국접근성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도매상과 약국 간 통합으로 독과점이 발생했다. 독과점이 되다 보니 당국에서 기대했던 의약품 가격하락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 일반의약품과 의약품이 아닌 상품(예를 들면 건강식품이나 의약외품)에 대한 판매 압박이 심해졌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영리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 탓에 불필요한 의약품이나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서비스 향상보다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식품 강매를 통해 전체 약품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종합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은 자본투자가 용이한 영리법인이다. 약국서비스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헌법불합치 해소라는 명분 뒤에서 법인약국을 추진하려는 주된 목적은 병원에 자법인을 도입하려는 이유와 동일하다. 약국을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장소로 보지 않고 자본의 투자처로 보고, 자본의 자유로운 진출입을 방해하는 규제를 철폐하려는 것이다. 투자활성화 대책에 법인약국 허용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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