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5 - 임준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09회 작성일 14-06-22 19:48본문
정부의 영리자법인 허용은 영리병원 허용의 다른 말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자법인 허용으로 포문을 연 박근혜식 의료 영리화 공세가 시민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충실했던 의료계마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항의하고 있음에도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무장한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리자법인에서 돈을 벌어 비영리법인으로 수익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변한다. 또한 영리자법인이 돈을 벌게 되면 모병원에서 과잉검사와 과잉진료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행 부대사업 허용범위인 장례식장·주차장 등을 영리자법인 형태로 운영하게 되면 지금보다 이용비용이 훨씬 비싸질 것이고, 결국 환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영리병원이라 하더라도 외국과 달리 매우 영리추구적 행태를 보여 온 병원이 영리자법인에서 돈을 벌었다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과잉진료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무늬만 비영리병원이고 실제로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영리병원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과거 정부부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영리병원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개인 병의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정부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고용창출이 목적이라면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과 같은 비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인데도 줄기차게 고용과 영리병원을 연계시키는 무모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의 질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조차도 우수한 의료인력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BT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는데, 이것도 완전한 거짓말이다. 외국에서 BT와 연계해 왕성한 중개연구 및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병원들은 대부분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들이다. 중개연구나 임상연구의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간의 배당 이익이 중요한 영리병원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영리병원을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영리병원을 국내에 들여오게 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또는 경기 위기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본 입장에서야 영리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중요한 목록 중 하나일 것이다. 의료계는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윤만 보장된다면 많은 자본이 쉽게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영리자법인을 포함한 영리병원의 도입은 국민을 황폐화시키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국민건강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 온 건강보험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처럼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병원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시장이 이미 건강보험 규모로 커져 버린 상황에서 민간보험 주도의 병의원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건강보험체계가 무력화되고 의료비 상승과 계층 간 격차가 심화할 것이다.
의료기관 간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지금 돈벌이를 전문으로 하는 영리병원이 없는데도 자유방임에 가까운 병원 간 무한경쟁으로 수많은 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등장한다면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비의 적정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자유방임 형태의 의료체계를 뒤집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영리병원을 논의해도 될 정도로 공공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장성이 취약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장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보험과 영리법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부 법적·제도적 장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사실상 시장이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편향적 보건의료체계하에서 부적절한 공급과잉이 나타나고 있고, 다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보건의료의 위기라 칭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인데, 정작 중요한 일은 손을 놓고 재벌이나 대형병원에게 돈을 벌어 줄 궁리나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지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한다.
시민사회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자법인 허용을 비롯한 의료 영리화 정책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검토해 보고 이를 막아 내기 위한 적극적 노력과 함께 의료 영리화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이고 영리추구적인 의료환경과 시장 지배적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꿔 내기 위한 대안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모아져야만 임계점에 도달한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자법인 허용으로 포문을 연 박근혜식 의료 영리화 공세가 시민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충실했던 의료계마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항의하고 있음에도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무장한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리자법인에서 돈을 벌어 비영리법인으로 수익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변한다. 또한 영리자법인이 돈을 벌게 되면 모병원에서 과잉검사와 과잉진료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행 부대사업 허용범위인 장례식장·주차장 등을 영리자법인 형태로 운영하게 되면 지금보다 이용비용이 훨씬 비싸질 것이고, 결국 환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영리병원이라 하더라도 외국과 달리 매우 영리추구적 행태를 보여 온 병원이 영리자법인에서 돈을 벌었다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과잉진료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무늬만 비영리병원이고 실제로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영리병원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과거 정부부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영리병원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개인 병의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정부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고용창출이 목적이라면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과 같은 비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인데도 줄기차게 고용과 영리병원을 연계시키는 무모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의 질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조차도 우수한 의료인력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BT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는데, 이것도 완전한 거짓말이다. 외국에서 BT와 연계해 왕성한 중개연구 및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병원들은 대부분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들이다. 중개연구나 임상연구의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간의 배당 이익이 중요한 영리병원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영리병원을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영리병원을 국내에 들여오게 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또는 경기 위기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본 입장에서야 영리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중요한 목록 중 하나일 것이다. 의료계는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윤만 보장된다면 많은 자본이 쉽게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영리자법인을 포함한 영리병원의 도입은 국민을 황폐화시키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국민건강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 온 건강보험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처럼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병원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시장이 이미 건강보험 규모로 커져 버린 상황에서 민간보험 주도의 병의원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건강보험체계가 무력화되고 의료비 상승과 계층 간 격차가 심화할 것이다.
의료기관 간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지금 돈벌이를 전문으로 하는 영리병원이 없는데도 자유방임에 가까운 병원 간 무한경쟁으로 수많은 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등장한다면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비의 적정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자유방임 형태의 의료체계를 뒤집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영리병원을 논의해도 될 정도로 공공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장성이 취약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장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보험과 영리법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부 법적·제도적 장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사실상 시장이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편향적 보건의료체계하에서 부적절한 공급과잉이 나타나고 있고, 다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보건의료의 위기라 칭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인데, 정작 중요한 일은 손을 놓고 재벌이나 대형병원에게 돈을 벌어 줄 궁리나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지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한다.
시민사회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자법인 허용을 비롯한 의료 영리화 정책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검토해 보고 이를 막아 내기 위한 적극적 노력과 함께 의료 영리화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이고 영리추구적인 의료환경과 시장 지배적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꿔 내기 위한 대안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모아져야만 임계점에 도달한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